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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살



 

새 구두를 신으면 각오해야 할 일.

발 뒷꿈치에 상처가 생기고 쓰라리고 아프다.

대학교 2학년 때 난생 처음 하이힐 종류를 신고 나갔다가

돌아올 땐 절뚝거리면서 거의 기다시피해서 돌아온 적이 있었다.

다신 그 구두를 안 신겠다고 다짐했으나

며칠 뒤부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구두를 몇 번 더 신었고,

발에는 굳은살이 생겨서 나중엔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역시 그 뒤로 다시 새 구두를 사게 되면 또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발에는 점점 더 많은 굳은살이 생겨서 인지

처음에 아팠던 것 보다는 덜 아프고 상처가 아무는 속도도 빨라졌다.

그리고, 언제부턴가는 아예 꾀가 생겨서,

미리 발 뒷꿈치에 반창고를 발라둬 상처가 덜 생기도록 하기도 했다.

 

마음에도 굳은살이 생긴다.

처음엔 이별이란게 절절히 아프다.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던 풍경도 쓸쓸해 보이고,

뜻하지 않게 맞닥뜨리는 추억에도 마음이 콱 막힌다.

그러나 다시 몇번의 이별을 경험하면 조금은 덤덤해 진다.

혼자서 아파하는 시간도 예전보다 훨씬 짧아진다.

이별이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일도 아니고,

사랑도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마음의 사치라는 것을 알게 된다.

( 자우림, 김윤아의 노래제목인데 참 와 닿았다)

때론 마음의 굳은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픈 것이 두려워 미리 반창고를 붙여두기도 한다.


살아가다 보면 타인에 의해 혹은 내 자신에 의해

본의 아니게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혹은 경험에 의해 박힌

마음의 굳은살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생각보다,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잘 지내게 되고,

결국 그렇게 자기 방어의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더 무미건조한 인간이 되어 가는게 아닐까 걱정도 되고

말랑말랑한 맨살과 말랑말랑한 맨 마음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그것들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반면, 또 그만큼 위험한 것 같아서

그 옛날의 나로 돌아갈수 있다하더라도 사양하고 싶어진다. 

 


by 아씽 | 2006/07/30 15:43 | herstory | 트랙백(3) | 덧글(17) | ▲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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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oFanta at 2006/07/30 15:58
저의 경우 감정쯤 이성으로 눌러버리는 게 큰 일도 아닌게 되어버렸습니다.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06/07/30 17:26
저도 마음이 말랑말랑하던 때로 돌아가라고 하면, 도망칠 거에요. 발을 신발에 적응시키듯, 이제야 세상사에 마음을 적응시켰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브리 at 2006/07/30 19:57
아쉽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Commented by 디케이 at 2006/07/30 20:31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은 시간에 기대거나, 혹은 다른 사람의 만남을 통해 치유하는 방법, 이렇게 두 가지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에 굳은 살이 생겼다는 그 말이 왜 이렇게 슬프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6/07/30 20:58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잿빛하늘 at 2006/07/31 09:59
마음에 굳은살이라..
공감하는바 큽니다.
저도 말랑말랑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군요. 그러나 서로의 굳은살까지 모두 사랑해줄 그런 사람도 있겠죠.

저도 집사람의 발톱 흔적만 남아있는 볼품없는 새끼발가락의 굳은살(하이힐 때문인지..)까지 사랑하는걸요. ^^a
Commented by 페오 at 2006/07/31 18:52
말랑말랑한 맨 살과 말랑말랑한 맨 마음이라... 굳은살 이야기보다도 왠지 이 쪽이 더 신선하고 느낌이 오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D
Commented by 민찬 at 2006/07/31 20:35
링크 걸어갈게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란 물집이 잡혀버리는 것일까요;
Commented by 히노군 at 2006/07/31 21:21
하이힐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위 글에 대해 정말 깊이 공감합니다.
점점 더 많은 굳은살이 생겨나는데도 아프지 않은건 아니더군요...
Commented by 잿빛하늘 at 2006/08/01 09:20
이오공감에 오르셨네요. ^^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6/08/01 09:26
이오공감 보고 왔습니다... 링크해도 되겠죠?(하고 도망갑니다~~!)
Commented by woogi at 2006/08/01 10:09
참..공감가는 글이네요...굳은살...생각해보니 저에게도 많은 굳은살들이 있었네요~

링크하고 갑니다!!ㅋㅋ
Commented by 지젤 at 2006/08/01 10:20
편한구두는 뒷꿈치도 편하더라는....^_^;
Commented by 깔깔마녀 at 2006/08/03 20:08
저도 링크했어요. 글을 참 편안하게 잘 쓰시네요. ^^
여기 좋아요. ^^
Commented at 2006/08/04 10:4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안나 at 2006/08/07 19:53
글들이 마음에 와닿아서 좋아요~
링크 가져갑니다/ㅂ/
Commented at 2007/01/12 14:41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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