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는 뜬금없이 느껴지겠지만, 일단 ) 영화 '괴물'을 봤다.
상영관을 다 잡아먹었네, 생각보다 별로네...말들이 많지만~ 나는 이 영화에 높은 평점을 준다.
일단 보는 동안 내내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었고 영화 곳곳에 들어있는 블랙 코미디적 요소들도 괜찮았고
봉준호 사단(?)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블럭버스터 액션에서 흔히 볼수 있는 '영웅주의' 영화가 아니라서 좋았다.
평범한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괴물의 존재(이게 비단 한강속 괴물 뿐이겠는가?)에
나약할수 밖에 없는 소시민의 대응 모습이 꽤 현실적으로 그려진듯 했다.
그래서 보는 동안 웃으면서도 씁쓸하고 슬프면서도 실소가 나왔다.
그리고 뭐 영화를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지막 장면 역시 시시하다면 시시하달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엄청난 일을 겪고도 일상으로 돌아와
티비속에서 괴물파동관련 뉴스를 보면서도 심드렁하게 티비를 꺼버리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정말 소름끼치는 <현실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외에도 여러 감동적 장면과 정치적 장면들 중에서도 유독 내 머리속에 깊이 박힌 장면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박해일의 짧은 한마디 대사와 그의 표정이었다.
이동통신사의 선배에게 속아 경찰에 잡힐뻔한 박해일,
사무실에서 경찰들이 포위망을 좁혀오면서
반항하지 말고 순순히 따라가면 선처해주고, 안전을 보장해주고 어쩌구 말을 하자
냉소적인 얼굴로 나지막히 내뱉는 한마디. <조까!>
그리곤 콘센트에 클립을 끼워 전원을 연결해 정전되게 한 뒤 탈출한다.
영화가 끝난뒤 내내 그의 표정과 목소리를 잊을수가 없었다.
정말 좆까구 있네라는 심정이 절절히 그러나 최대한 냉정하게 느껴졌다.
그리곤 드는 생각 욕도 그가 해서 이렇게 멋진 걸까? ㅡ.ㅡ??
예전에 (꽤 오래전이었던 것 같다)
서점에서 제목이 넘 좋아서 산 책이 있다.
바로 <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이란 책이다.
지금은 뭐 그다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잔뜩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별로 재미도 없었다)
책을 뒤져보니 몇몇 인상적인 문구에는 줄을 쳐 두었더라.
..............................
경쟁이란 이름의 사냥질, 거대한 명문의 바가지 씌우기, 협조란 허울을 쓴 탄압,
사랑을 내세운 빼먹기, 떡값에 청탁한 뇌물......
요컨대 이런 아사리판, 깍다귀판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리가 곧 욕이다.
그래서 그나마 세상에 매달리며 포기하지 않고 사는 것이다.
깐죽대며 남 약올리는 인종들, 인두껍 쓴 인간 아닌 것들,
남들보면 먼저 우려먹을 생각만 하는 늑대들,
온 세상을 그저 제 이익 챙기는 암시장 쯤으로 여기는 망둥이들.
이런 따위가 기승하는 세상을 보고도 욕하지 않으면 화중에 타 죽기 십상이다.
....
몹시 무서워 벌벌 떨면서도 감히 고개를 못들고 엎드려 웅숭그릴수 밖에 없는 노여움도 있다.
그런 경지에서 노여움의 발언일 수 있는 욕, 그래서 꾸짖음이요, 질타일수 있는 욕도 있는 법이다.
그리하여 벼락치듯 하는 욕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 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 <김열규> 中에서-
종종 어떤 이의 욕은 불쾌하고 화가 나지만
종종 어떤 이의 욕은 시원하고 후련하다.
아마도 권력을 가진자, 강자가 약자에게 내뱉은 욕은
또 다른 억압과 폭력처럼 느껴지지만
약자가 강자에게 혹은 부조리한 세상에게 내뱉는 욕은
정당 방위나 노여움의 표출로 여겨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때는 욕 자체가 무지하게 싫었었는데
나이가 드니까 때론 욕이 통쾌하고
때론 욕하는 남자가 멋지기까지 하니
나도 이제 욕의 카타르시스를 조금은 알게 된 것일까.
혹은 세상에 상처를 조금씩 받았거나
세상이 장미빛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눈뜨게 된 것일까.
그나저나 큰일이네.
깔 좆(?)은 없지만 나도 자꾸 흉내내게 된다.
박해일의 대사, <조까!>